「개와 공주」, 이걸 클리셰라고 해야 하나...?

2010/01/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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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공주
지은이 NZ
일러스트 Cu-rim



1.

 사실 다이스를 굴릴때까지만 해도 '나만은 다이스의 신에게 버림받지 않으리라'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던 나였지만, 이렇게 로우크리가 터져서 이걸 읽고, 또 쓰게 되고 있는 지금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며 루비콘 강을 건넌 시저도 로우크리가 터져버려서 원치않는 선택을 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착란상태라는 것.

 표지와 제목부터 떡밥이 충만한 듯한 책이 걸린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사실 표지를 보자마자 '무언가의 파크리?'라고 외칠 만한 소설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니까.





2.

사실 창작물에 있어서 완전한 창작이라는건 현재에 들어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절대 다수의 창작물이라는 표딱지를 달고 나오는 것들은 적게나마 기존에 존재하던 무언가의 영향을 받고 태어난, 말하자면 계속해서 승계되고 발전하는 그 도상에 있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책을 보든, 음악을 듣든, 영화를 보든 간에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아'라는 느낌을 간혹 받게 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그 영향의 범위에 대해선 창작자의 말에밖에 의지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하다. 다만, 그런 느낌이 군데군데서 계속 들게 되어버린다면 창작물의 수혜자로서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닐 터. 왜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지 그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느꼈던 점은 타 소설에서 끊임없이 차용되고 반복되어오던 소재들을 모아 만든 잡탕 같다는 것이었다.

3.

 그렇다고 해서 저런 이유 만으로 소설의 내용을 폄하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 전술했듯이 소재의 차용은 태고적부터 있어왔고, 그건 어디까지나 창작자의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일뿐더러 그에 대해 내가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결론적으로 '소설의 재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용되어온 재료와 요리법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하는 요리사가 있는 반면, 신메뉴를 만든답시고 먹지도 못할 물건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되겠다.

 그럼 이 소설의 재미 면은 어떠한가, 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러브코미디물을 잘 팔기 위해서는 '여캐들이 얼마나 꼴릿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첨언하자면 저 '꼴릿함'은 설정과 심리묘사, 내용전개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루어야만이 낼 수 있는 것이라는걸 알아뒀으면 한다. 그래서 이걸 한가지씩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4.

 본 소설의 배경은 대한제국이 존속되어 왕정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 여의도에 지어진 학원도시이다. 다소 특이한 배경설정이긴 하나 소설 내에서 이런 특이한 배경을 살리고 있는가 하면 '글쎄?'라는 쪽에 가깝다. 특히나 왕정이라는 설정을 드러내며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은 작품 내에 거의 전무하다. 굳이 꼽으라면 삼정승과 육조판서 정도? 왕정으로 변해버린 현 시대상을 드러내기보다는 그저 높은 신분인 여주인공을 드러내기 위한 부차적인 소재로써의 느낌 뿐이다. 그에 비해 오히려 소설 소개에서 그다지 드러나지 않던 학원도시라는 설정이 소설 내에선 더욱 주효하다. 학생 자치로 이루어지고, 학원 내에서 민계, 정계, 재계의 3파로 나누어져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이들은 외부의 인사와 결탁하여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고 있다는, 신기할정도로 세세한 설정이 있다

 일본 소설중에 지금까지 학원 도시라는 간판을 내건 소설이 많았지만 이 책처럼 체계적으로 뒷세계 묘사와 외부 세력과의 모종의 거래 같은 이야기가 나온 소설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웃음) 더군다나 아무리 공주라도 이곳에서는 회장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이는 학원도시라기보다는 오히려 학원국가에 가깝다. 더군다나 뇌물수수가 넘쳐나고 정경유착이 횡행하는 부패국가! 소개글에서 시선을 끌었던 '왕정'이라는 설정보다 훨씬 재미있는 설정이 아닌가.

 그럼 그렇게 '왕정'이라는 간판을 달게 한 히로인인 봉명공주는 어떠한가. 이 히로인은 지나치게 몰개성적이다. 처음 만나자마자 험한 말을 하고, 계속해 사건에 휘말리다가 어느새 가까워지고, 그러는 도중 마음 속에 감춰둔 약한 모습을 언뜻 보이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게 되면서 주인공과의 사이가 더 깊어지는 전개는 수많은 만화,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왔고, 소위 말하는 츤데레 히로인이 등장하는 창작물에서는 거의 왕도라 불릴 만한 수순이다. 그나마 신선한 것을 꼽아보라면 그 어둠이 '지위'로 인한 것이 아닌 '특수한 능력'으로 인한 것이랄까.

 그 특수한 능력이라는건 쉽게 말해 초능력이다. 신체가 닿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책에서는 염파가 흘러들어온다, 라는 식으로 서술했다― 차후 발전해 수많은 사람을 무릎꿇리게 되는 능력인데 이로 인해 삼정승이나 육조판서 뿐만 아니라 국왕마저 범부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데다가 그동안 행해온 부패의 실상을 알게 되자 마음을 닫아버렸다는 설정. 근데 이래서는 '공주'라는 소재와 상충하게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위'와 '초능력'이라는 두 소재가 앙상블을 이뤄가며 심리묘사에 당위성을 추가하고자 했음인지, 혹은 공주라는 '지위'가 차후 또다른 떡밥으로 작용하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소재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5.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간의 심리묘사에 있어서는 똥 싸고 뒤 안 닦고 나온 듯한 찝찝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서로간의 심리묘사보다는 캐릭터 묘사나 내면심리 묘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전개 때문인데, 그런 면에선 둘 사이 관계의 전개보다는 그 관계로 인해 바뀌어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남주인공인 백세군은 어떤 야겜에서처럼 정의랍시고 멍청한 짓만 골라하거나 하는 주인공이 아니라는것만 해도 감지덕지. 봉명공주가 백세군의 과거를 이야기하자 보이는 반응 부분에선 속을 타게 했지만 차후 그 갈등이 해결되는 부분을 볼 때 그래도 생각없는 주인공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러브코미디란 장르를 붙여놓고, 분명 연애 이야기는 진행이 되고 있다.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있는건 분명한데 그 와중에 벌어지는 각종 핑크빛 에피소드의 알콩달콩 아기자기한 맛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배반하고 주인공들이 성장해가는 모습만 보여주는걸 보면 이건 실로 장르 선정의 미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6.

 소설 전체적으로 소재, 전개에 있어 '어디선가 본 듯 한' 것들로 점철이 되어있어 클리셰의 집합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더군다나 소재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상충되고, 사족같은 소재들이 많아 아쉽다. 심리묘사에 있어서는 비중이 적은 둘 사이의 연애 에피소드(?)에 있어서도 흔하디 흔한 이벤트 뿐이라 손발리 오그라들게 할 지경. 다만, 배경설정에 있어서 재미와 주인공 각각의 개별심리묘사면에서는 갈등과 그 해결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편이라 크게 나쁘지는 않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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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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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외로 진지한 리뷰네여 실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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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의 파편, 「프래그먼트」

2009/10/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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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트 Fragment
저자 워렌 페이

(표지 이미지의 출처는 yes24)
학창시절, 진화론에 대해 배운 사람이라면 갈라파고스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예를 들어 분리된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양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들어본 바가 있을 것이다. 고립된 세계에서 수천,수백 세기의 세월이 흐를 때 빚어지는 진화는 분명 일반적으로 보아 온 진화의 결과와는 차이가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보통 괴물이라 불리는 많은 존재에 대해 수없이 논의되고 있는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네시, 예티, 빅풋, 츄파카브라, 가깝게는 백두산 천지에 산다는 괴 생명체 등 미스테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만한 이런 괴물들의 범주 또한 그렇다. 이 책은 이런 '독립된 생태계'에서 빚어진 또 다른 방향의 진화를 주 소재로 삼은 생물학적 재앙 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겠다.

바다 한가운데 동떨어져 있는 한 외딴 섬인 핸더스 섬. 2000km라는 지형적 간극과 더불어 수억년가량 떨어져 있었다는 시간적 간극의 조화로 인해 핸더스 섬에는 특유의 기형적 생태계가 자리하게 된다. 약 200년 전 표류 끝에 그 섬에 찾아왔던 영국의 선박 이후 최초로 찾아오게 된 케이블 TV의 리얼리티쇼 선박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그 섬에서 조우하게 된 괴생명체에 의해 스탭들이 희생당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고스란히 방송되게 되며 이는 곧 핸더스 섬에 세계적 관심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 후 섬에 개입하려는 국가권력, 등장인물 간의 다툼 등을 양념 삼아 핸더스 섬의 생태가 점차 밝혀지게 되며 이는 책의 끝까지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다만, 이런 재미의 문제를 벗어나 생각해본다면 몇몇 아쉬운 점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로를 포식하는 위험한 생태계로 진화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혈액속 산소 운반체로 Fe가 아닌 Cu를 택하여 지니게 된 강한 운동성, 서로를 포식함으로서 빠른 세대 순환이 이루어지는 와중 이루어진 높은 출산률(여기에 더하자면 원반개미의 프랙탈적 구조를 들 수 있겠다.) 등의 요소가 도무지 어떤 원인에 의해 생겼는가를 독자는 그저 추측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 한가지 아쉬운 점을 더 표하자면, 섬에서 발견(?)된 지적 생명체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반응이다. 섬에 존재하는 포악한 생명체들을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을 군부에서 내리지만, 등장인물들은 이에 반해 지적 생명체를 데리고 나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는 마치 인간에게 유용한 생명체인가만을 판별하여 취사적으로 도태시키고, 진화시켜온 인간의 행태를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그 행태에 대한 반면교사로 작용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것은 좀 불친절하지 않을까(웃음)

이러저러한 아쉬운 점을 써놓긴 했지만 이 소설은 스릴러물로서는 충분한 수작이다. 이미 설명했던 바와 같이 권력과의 대립구도를 통한 긴장감 조성이라든지 처음으로 조우한 생명체에 대한 대처, 그것에 대한 설명에서는 흠 잡을 곳을 찾기가 힘들다. 소설 내에 등장하는 다소 어려운 개념들에 대해서는 소설 내에서 충분한 설명을 거치고 있고, 또한 그것을 알지 못한다고 해서 소설을 읽는 데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만 빼면 소설로서 500쪽을 넘는 분량 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ps /
다른 소리지만, 저런 흥미의 요소들로 인해 영화화하면 참 괜찮을 듯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 url을 참고해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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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을 보다, 「절망의 구」

2009/10/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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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저자 김이환

(표지 이미지의 출처는 yes24)

어느날 모 도시에 나타난 검은 색의 구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스로 움직여가며 주위의 인간에게만 다가가 접촉, 흡수해 가는 검은 구체.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간 남자는 그 구체에 사람이 흡수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최초로 그 구체를 목격한 남자는 그것을 본 후 정체모를 공포감과 함께 구체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한다. 주위에 구체의 위험성을 알리려 하지만 어디에도 보도된 바 없는 구의 존재로 인해 남자는 다시 혼란을 느끼게 되지만 사태는 다시 급변한다.

그간 2차원적으로밖에 이동하지 않았던 구체가 상하이동이 가능한 것이 알려지고, 더군다나 세포분열을 하듯 1개의 구체가 2개의 구체로 늘어나는 것이 목격된다. 어떤 첨단기술을 사용해도 파괴는 물론이고 저지조차 불가능한 구체의 존재에 세계는 절망에 빠진다.

한편 도주를 계속 하던 남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폭도로 변해버린 사람들과 만나 죽을 위기에 빠지기도 하며, 구체가 가까운 사람을 따라간다는 점에 착안해 구 주위에 같은 간격으로 둘러앉아 생활을 하는 어떤 단체와도 조우하여 며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 모두가 구체의 희생자가 되고 남자가 최종적으로 가게 된 곳은 폐허가 된 쇼핑센터. 그리고 그 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구체가 가져다준 절망 아래 동거하게 된다.

세계에 대처 불가능한, 비상식적인 대 재앙이 찾아오고, 그것에 대처하는 인간군상들을 그려나간다는 점에서는 주제 사라마구 저 「눈먼 자들의 도시」와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재앙에서 최종적으로 남게 되는 사람이 단 하나뿐인 것과, 찾아왔던 재앙이 아무런 개연성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 또한 지나치게 비슷하다. 둘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보라면 「절망의 구」는 재앙이 떠나간 사후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는 것일까.

유일하게 구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홀로 한달이라는 시간 넘게 살아왔던 남자에게 세상의 모든 관심이 쏠린다. 구체가 사라진 뒤에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며 사람들을 피하며 숨어 살게 된다. 절망이 지나가고 새로운 미래가 있어야 할 종막부에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절망이 싹을 트게 된다. 각종 초법적 제재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주인공은 다시금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줄곧 스스로 해왔던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던지고 '모두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던 그 군상에 스스로 몸을 던지게 되는 엔딩은 그래서 충격적이며, 책을 덮고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며 씁쓸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결국, 절망을 피해 달아나다가 절망에 몸을 던지게 된 격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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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 감상 , , ,

2009/10/11 22:58 2009/10/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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